명태란? 한국인의 생선 명태 이야기
한국인의 생선! 담백한 맛이 일품인 명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인만이 주로 즐겨 먹는 생선이기 때문이다. 12월에서 1월까지가 제철로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리는 부위가 하나도 없다. 한국인의 삶 속에 깊이 자리 잡은 명태. 그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도 어김없이 만나게 된다.
한국의 명태의 주산지는 함경남도 원산이었다. 1920년대 신문에도 명태 이야기가 자주 등장했는데, 함경도 원산은 강원도와 함께 가장 중요한 명태 산지였으며, 서울에서도 명태는 물가지수에 나올 만큼 가격에 민감했다. 과거 우리나라 어선이 어획한 명태는 연간 1억~2억 마리가 넘었다고 한다. 국민 한 사람당 열 마리 가량 먹던 대표 생선이었다. 고등어, 멸치, 갈치 등 흔한 생선이 아무리 최고라 한들 명태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겨울이 성어기인 명태는 얼려서 말리는 우리나라 특유의 가공법인 동결건조법으로 널리 유통될 수 있었다. 가장 흔한 방식은 북어였다. 말린 명태를 북어라고 불렀다. 요즘은 황태와 구별하기 위해 북어를 쓴다. 황태는 진부령과 같은 추운 산골 (요즈음은 인제 용대리 등)에서 덕장을 설치해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말린 것을 뜻하며, 북어는 보통 명태가 들어오는 바닷가 덕장에서 말려 유통시키는 것이다. 요즘은 황태가 꽤 보편적이지만, 과거에는 대개 바싹 마른 북어였다. 북어는 상하지 않아 사시사철 유통시키기 좋았다. 무엇보다 맛과 영양이 뛰어난데 비해 무게는 가벼워서 두메산골까지 보따리장수가 가지고 갈 수 있었다. 북어는 상하지 않아서 곧 화폐 역할도 했다. 또한, 명태는 우리의 관혼상제에서 절대 빠지지 않았다. 제사와 차례에는 북어를 상에 반드시 올리고, 이사한 집이나 개업한 가게에 북어를 실로 묶어 걸어 복을 비는 민간신앙도 아직 남아있다. 북어, 아니 명태는 곧 한국이었고, 한국인이었다.
명태는 북어 외에도 이름이 매우 다양하다. 상태에 따라 생태, 동태, 북어(건태), 황태, 코다리, 백태, 흑태, 깡태 등으로 불린다. 잡는 방법이나 장소, 시기에 따라서도 이름이 다르다. 그물로 잡은 망태, 낚시로 잡은 조태, 북방 바다에서 잡은 북어(北魚), 강원도 연안에서 잡은 강태(江太), 함경도 연안에서 잡은 왜태(倭太), 함경남도에서 섣달에 잡은 섣달받이, 동지 전후에 잡은 동지받이 등 놀랄 만큼 이름이 많다.
다양한 이름만큼이나 생태찌개, 생태매운탕, 명태조림, 황태구이, 황태찜, 코다리찜,북엇국, 북어무침 등 명태를 이용한 음식도 많다. 우리 조상들은 명태를 저장, 발효식품으로도 활용했다. 알은 명란젓, 창자는 창난젓. 아가미는 아감젓, 간장은 어유로 만들었다. 김장에 젓갈을 거의 쓰지 않는 동해 지방에서는 명태를 넣어 젓갈 대신 아미노산을 공급받고 동해 북부 지방에서는 명태로 식해를 담가 겨우내 반찬으로 활용했다.
단백질, 칼슘, 인, 비타민 A와 필수아미노산 등 영양소도 풍부한 명태. 특히, 겨우내 추운 덕장에서 눈과 바람을 맞으면서 말린 ‘황태’는 명태에 비해 단백질이 4배나 증가하여, 고단백식품은 물론, 건조 및 숙성하는 과정에서 단백질의 일부가 아미노산으로 이미 분해가 되므로 몸에 쉽게 흡수가 되고 양도 크게 증가하게된다.
온 가족이 둘러앉은 겨울 저녁에는 무를 넣고 보글보글 끓인 생태찌개나 동태찌개, 입맛 없는 날에는 밥 한 그릇 뚝딱 비워낼 수 있는 창난젓, 출출한 겨울밤 술안주로 제격인 황태구이, 연말 잦은 회식으로 속 아픈 아침에는 북엇국 등 어느 때라도 명태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 된다.